대학로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건축물보다 역사 깊은 대학의 르네상스풍 옛날 건물이나 예술가적 감성으로 새롭게 지어진 독특한 공간 등이 더욱 눈길을 끈다. 커플룩 전문 온라인 쇼핑몰 <선남선녀>의 오프라인 스토어 SNSN Store & Cafe 는 후자에 속하는 곳으로, 층별로 분리된 노후한 상가주택을 신축수준으로 개조 해 오픈했다. 프로젝트를 맡은 BLURKER는 건축을 베이스로 경계를 두지 않는 유연한 사고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추구하는 젊은 디자인 스튜디오다. BLURKER 의 대표 김준호 디자이너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커플룩’이 가지고 있는 ‘조화’ 라는 특성을 미술디자인의 콜라주(Collage) 개념으로 건물에 표현해냈다.
 
       
 
김준호 디자이너는 기존의 상가주택 건물이 가지는 각 층별 분리된 개념에서 벗어나, 건물 전체가 SNSN이라는 완결된 구성을 가지도록 설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BLURKER는 건물의 파사드에 막혀있던 공간을 트고 입구였던 곳은 막는 개조를 시도했다. 정면 입구였던 곳은 커플룩 매장의 통유리 쇼윈도로 활용했고, 기존에 건물 측면에서만 드나들 수 있던 계단이 정면에서 노출되도록 벽을 터 1층 스토어 입구와 위층 카페로 올라갈 수 있는 개방된 현관으로 설계했다. 이를 통해 1층의 스토어와 2, 3층의 카페가 하나의 브랜드 SNSN이라는 통일감을 가질 수 있었다. 1층 스토어의 피팅룸이나 깊이감 있는 아치형 통로 뒤 거울도 이전에는 뚫려있는 공간이었거나 창문이었던 곳을 새롭게 꾸민 것이다.
 
        
 
계단을 통해 2층 카페로 향하면 올라오자마자 보이도록 카페 카운터를 두었다. 카운터 뒤편 벽면엔 사선으로 배열한 브릭으로 입체감을 줬고 그 한가운데 네온사인으로 표현한 브랜드 로고가 눈에 띈다. 이 로고는 브랜드 <선남선녀>를 위해 김준호 대표가 직접 고안한 디자인이다.
 

 
이 벽면 외에 다른 벽은 실내용으로 잘 쓰지 않는 화이트 칠 강판을 덧댔고, 골드 컬러의 조명과 소품으로 포인트를 줬다. 2층을 포함해서 매장 전체에 장식된 드라이 플라워는 BLURKER팀과 SNSN 대표 내외의 수작업으로 제작된 장식용 소품이다. 공간과 마찬가지로 핑크톤의 컬러로 꾸민 이 아이템은 화이트 강판으로 된 벽 한 켠을 차지하며 커플고객들의셀카 핫 스팟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육각의 아치형 통로는 그대로 살려 마감재만 뜯어내고 브랜드 컬러인 핑크색을 입혔다. 이 공간의 안쪽에는 대형 벽면 거울을 이용해서 좁고 깊은 2층의 구조에 좌우로도 확장감을 주고자 했다. 바닥에서 그대로 끌어 올린듯한 화이트 타일 붙박이 좌석이나 러프한 시멘트로 만든 소파는 2층 공간에 매스감을 줄 목적으로 고안했다.
 
 
콘크리트 벽돌에 마감처리를 별도로 하지 않은 계단 난간은 벽을 허문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천장이나 좌석 하단의 벽돌과 더불어 러프한 느낌을 준다. 깊이감을 주는 구조로 한쪽 벽면에 창을 냈고, 이 창으로 시간에 따라 입체적인 채광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에 3층에 있던 두 개의 방 중 하나는 그대로 살려 스터디룸/미팅룸으로 활용되도록 꾸몄고 나머지 한 방은 벽을 전부 터서 오픈된 공간으로 설계했다.
 
 
3층은 2층에 비해 비교적 다운된 톤으로 구성했는데, 콘크리트로 인한 그레이 컬러와 화이트 컬러 등을 이용해서 다른 층과는 달리 화보의 배경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원형으로 콘크리트를 노출시킨 한쪽 벽면은 그 위에 반원 형태의 금색 프레임으로 장식해 다운된 톤의 3층 공간에 포인트를 준다.
 

 
루프탑 테라스는 매장을 찾는 여러 고객을 포함, BLURKER의 김준호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최근에는 쉽게 보기 힘든 ‘콩자갈’로 바닥을 꾸며 해변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루프탑의 한가운데에는 전에 물탱크가 있던 공간을 비워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나중에는 가운데에 식물을 둘 계획이라고 한다. SNSN의 루프탑에서 볼 수 있는 뷰는 바다나 도심의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멋진 풍경은 아니다. 이곳의 뷰는 대학로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는, 대학로 그 자체를 관찰할 수 있는 뷰라고 할 수 있겠다. 루프탑을 찾은 고객들은 해변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콩자갈 바닥을 밟고서, 바닷가 어딘가에서 도심지인 대학로의 맨 얼굴을 그대로 보는 듯한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다. 루프탑 도장 및 건물 외장은 기존 적벽돌 위에 베이지 컬러의 본타일 뿜칠로 마감했고 출입구와 카페 창문의 프레임은 브랜드 컬러인 핑크로 통일했다. 여기에 더해 대피공간은 테라스처럼 과감하게 외부로 돌출된 형태로 구성했는데, 이렇게 시선을 사로잡는 아기자기한 파사드로 SNSN Store & Cafe는 정면이 좁고 앞뒤로 긴 건물은 상가로써 불리할 수 있다는 입지적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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